나는 내가 얼굴 주름을 구길수록 어머니가 자주 웃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사랑이란 어쩌면 함께 웃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우스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잠 못드는 이유>
그녀의 불면의 가장 큰 이유가 자신의 성격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고, 지적인 동시에
겸손하며, 사려깊은 동시에 냉철하고, 일도 잘하지만 옷도 잘 입는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다지 냉철하지도 지적이지도 않았다.
그녀는 항상 거절을 두려워하며 오해에 쩔쩔맸다. 그녀는 누군가 화가 나 있으면 '혹시 나 때문인가?'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잘못한 것이 없으면서도 어느새 그 사람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영원한 화자>
나는 때론 돈 만원 때문에 우울해지는 사람이며, 현금지급기 앞에서 항상 뒷사람을 의식하는 사람이다.
나는 아직 잔뜩 남겨진 자이다.
나는 이내 시무룩해졌다. 동창들을 만나면 언제나 기분이 좋지 않았다. 더욱이 내가 별로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는 시절을 보낸 시기의 동창들을 만날때면, 단지 내 모습을 목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이 미워지곤했다. 나와 인사하며, 웃고, 안부를 물으며 속으로 그때를 떠올리고 있음이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었다.